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목화솜 이불 솜틀기_미니멀라이프, 제로웨이스트 (1) 사전조사

솜트기, 솜틀집을 조사하면서 얻은 정보를 정리한 글이다.

집의 옷장정리를 하면서 20년간 묵혀놨던 목화솜 이불이 나왔다. 엄마 혼수 이불이라는데 안 쓴지가 거진 20년...

혼수 목화솜이불. 좀 노랗게 됨.

1년전 새집에 이사 오기 전에 엄마의 언니(나한텐 큰이모)가 준, 직접 재배한 목화솜은 아빠가 닦달해서 버리고 왔는데 이 혼수 목화솜이불 하나만 챙겨왔다고 한다.(직접 재배한 목화솜... 너무 아깝다ㅠ)
이번엔 엄마가 버리려 하길래 인터넷에 찾아보니 목화솜은 귀하다는 것이다. 그리고 오래된 목화솜은 대부분 국내산에 질도 좋다고 한다. 지금 솜 사면 예전 솜보다 못하다고. 그래서 열심히 또 검색해본 결과 '솜틀기'라는 작업이 있고, 이걸 작업을 하면 이불을 멀쩡히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.

마침 토퍼를 사려고 했고, 엄마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 버리기 아까워서 내가 어떻게든 활용해보겠다고 했다. 그리고 매번 화학소재는 금방 헤지고 사용기간도 짧아서 불만족스러웠다.(미세 플라스틱도 나옴) 다 자원낭비니까. 좋은 걸 오래쓰는 것, 천연 소재를 쓰는 게 환경에 가장 좋다 생각한다. 3년에 한번 솜트기하면 매번 이불 새로 사는거랑 같다고 생각함.

나는 지금까지 엄마의 무언가를 물려받은 적이 없었다. 내 나이가 어리기도 하고, 아직 같이 살고 있으니까. 그래서 처음 물려받는다면 내가 가장 가까이 지닐 수 있는 물건 중 하나로 하고 싶었다. 목화솜은 잘하면 평생 쓸 수도 있다고 하니까(살균 필수), 잘하면 내가 죽을 때까지 덮을 수 있는 거 아닌가? 엄마가 그리울 때도 껴안고...

근데 알아본 결과 유의해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.

1. 내가 가지고 있는 이불이 진짜 천연 목화솜 이불일까?
2. 솜틀집은 어디로 하는 게 좋을까?
3. 솜틀기해도 진짜 살균, 집먼지 진드기 없어지는 거 맞을까?

1. 내가 가지고 있는 이불이 진짜 천연 목화솜 이불일까?

우선 1번 문제. 내 이불이 천연 솜이 아닐지도 모른다. 팔 때 목화솜이라 하고 화학 솜 섞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. 그래서 속통(솜을 감싸는 부분)을 터봤다. 내 눈으로 봐서는 모르니까 또 열심히 찾아본 결과 솜을 태우면 알 수 있다더라.(연소법)

출처: 한국소비자원 https://www.google.com/url?sa=t&source=web&rct=j&url=https://www.kca.go.kr/kca/board/download.do%3Fmenukey%3D5084%26fno%3D10001438%26bid%3D00000013%26did%3D1000179078&ved=2ahUKEwjMzoasreHrAhWJOnAKHStvCFwQFjABegQIBRAB&usg=AOvVaw2F7Dyn40_jjWYZl0SVpVg-

조금 떼어서 직접 태워봤다. 너무 많이하면 오래걸리니 진짜 얇고 작게, 손에 불 안붙게!

우선 불꽃이 없어져도 계속 타들어가고 다 탄 후에 만졌을 때 뭉치거나 딱딱한 게 없었다. 연기도 하얗고. 그래서 대강 천연솜이겠거니,하고 이 문제는 넘어갔다.

이 외에도 생활의 달인 이불솜 달인편 클립영상(유튜브에 있음) 보면 햇빛에 비추었을 때 가장자리가 반짝거리면 합성솜이라는데, 내 눈으로 판단할 수 없으니까. 연소법이 가장 편한 듯.
또 목화솜은 떼어냈을 때 쉽게 떼어지지 않고 질기다고 한다. 우선 나는 엄청 질겼다. 천연 맞는 듯.

진짜 굉장히 질기다. 안 떼어짐.

2. 솜틀집은 어디로 하는 게 좋을까?

솜틀집에서 솜틀기를 하면 합성솜을 몰래 섞어 돌려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. 이를 방지하려면 1) 원래 솜을 따로 떼어놓고 2)연소법을 했던 동영상을 찍어 비교하고 3)무게, 가격등을 계약서로 적어놓으라고 했다.(무게는 조금 줄 수도 있음을 감안하기)
제일 좋은 건 옆에서 꼭 지켜보는 거다. 앞선 이유 때문에 공장이 서울에서 떨어져 직접 볼 수 없는 온라인 공장은 제외했다. 그리고 광고를 너무 많이 해서 거부감이 들었다.
그래서 소비자보호원에서 2001년 실시한 솜틀집 양심업체 조사에서 통과한 업체에 맡기려 한다. 너무 오래된 결과이긴 한데, 양심을 믿을 수 밖에.

3. 솜틀기해도 진짜 살균, 집먼지 진드기 없어지는 거 맞을까?

정말 궁금하다. 과정을 보니 딱히 UV를 사용하는 건 아니고 물리적 작업(털고, 뭉치고)만 하는 것 같던데... 사실 이런 이유때문에 공장(고온 고압 살균 기계)에서 진행하고 싶었는데, 공장 솜틀기 동영상을 보니 살균을 붉은 색으로 하더라??? 살균은 UV로 해야하는데, UV는 푸른색을 띈다. 그래서 신뢰감이 팍 죽어서 제외했다.

아직 거의 모든 솜틀집은 이 기계인 듯.

그러니 살균은 안된다고 치고 집에 도착하면 햇빛 잘들 때 매달 한번씩 3시간 널어놓는 걸로 타협했다. 어디서든 살균은 안될 것이고 믿을 수 있는 곳에서 해야겠다.



엄마가 나는 뭐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본다했는데, 진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... 뼈 맞았다. 적당히 타협을 해야하는데, 후회하는 게 싫다보니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일을 진행한다. 그걸 미리 알았어야 하는데 후회하는 것이 지긋지긋하다. 그래도 너무 스트레스 받는 듯. 이렇게 조사한 것들을 차차 글로 남기려 한다. 조사한 시간이 아까워서.

옛날엔 집 현관에 솜틀집 명함이 끼워져있었다고 엄마한테 들었다. 엄마는 '이런거 누가해~'라고 생각했는데 솜틀기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집에 있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해서 너무 웃겼다.
옛 기술이 사라지는 것이 아깝다. 내 주변엔 이런 솜틀기 찾아보는 친구 한명도 없을 것이다. 10년 후에 사라지면 어떡하지.

어쨌든 솜틀집에 맡기고 다시 글을 써봐야겠다. 제발 사기당해서 소보원에 글쓰는 일 없기를 바람.